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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시간이 없다>'가뭄에 콩' 직장보육시설
<저출산 시간이 없다> ④ 육아휴직은 '그림의 떡'
 
연합뉴스 기사입력 :  2009/11/30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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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시간이 없다> ③'가뭄에 콩' 직장보육시설
무역협회와 코엑스, kt-net, 공항터미널이 공동으로 마련한 직장보육시설인 '무역센터 꿈나무 어린이집'(자료사진)

워킹맘엔 '짱'인데 법조항은 유명무실.."제재 없고 지원은 적다"
일부 중소기업 자발설치.."보육문제 최선 해결책이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여의도 증권사에 다니는 정 모(31.여) 씨는 내년이면 회사를 그만둘 계획이다.

   이름만 들으면 다 아는 유명 증권사에 다니고 연봉도 많지만 육아 문제를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한 살짜리 애를 본가에 맡기고 있는데 내년에 둘째를 가질 생각입니다. 그런데 두 애를 모두 맡아달라는 얘기는 도저히 못하겠더라고요. 시어머니께서 연세가 있으셔서 하나도 힘들다고 하시는데 어떻게 얘기를 꺼낼 수 있겠어요"
본사에 있는 여 직원 수만 800명이 넘지만, 회사에서는 직장보육시설을 세울 생각조차 안 한다.

   "회사 안에 보육시설이 있으면 아주 좋죠. 회사를 그만둘 필요도 없고 저녁 때까지 일을 해도 안심이 되니까요. 하지만, 사원으로서 회사 측에 요구할 수도 없는 일이고.."

◇ 법규 있어도 기업들은 `나 몰라라'
영유아보육법 제14조 및 시행령에는 `상시 여성근로자 300인 이상 또는 근로자 500인 이상을 고용한 사업장은 직장보육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하지만, 이 조항은 유명무실하다.

   이 법규에 따라 직장보육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민간 사업장은 모두 536곳이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대부분이어서 재무적으로는 여유가 있는 편이다. 하지만, 올해 6월 현재 보육시설을 직접 설치한 사업장은 전체의 3분의 1도 안 되는 155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사업장 중 93곳은 보육시설을 설치하는 대신 직원들에게 보육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29곳은 다른 어린이집에 위탁하고 있다.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사업장이 절반에 가까운 259곳에 달한다.

   왜 이 법규는 유명무실화된 걸까. 처벌은 없고 지원은 약하기 때문이다.

   직장보육시설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제재 조항은 없다. 보육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의무화 사업장의 명단조차 공개되지 않는다. `의무화'라는 조항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다른 나라에서도 보육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기업을 제재하지는 않는다. 대신 유인책으로 보육시설 설치를 이끌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의 유인책이 기업의 적극적인 보육시설 설치를 이끌어내기에 미약하다는 점이다.

   현재 정부는 직장보육시설을 세우는 개별 기업에 설치비로 무상 1억 5천만 원, 융자 5억 원을 지원하고 있으며, 교사 1인당 월 80만 원의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재무구조가 탄탄한 대기업은 이 정도 지원으로도 충분하지만, 보유자금이 충분치 않은 중소기업은 상당히 부족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직장보육시설을 설치한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운영하면서 예상보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에 놀랐다. 정부 지원을 받고 보육료를 받아도 월 900만 원 가량 지원해 줘야 한다. 다른 곳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의 한황주연 간사는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직장보육시설을 설치, 운영하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어 대기업보다 훨씬 강화된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일부 중소기업 자발적 운영..워킹맘 "살맛 나요"
의류 제조업체인 `노브랜드'에 다니는 김현정(33.여) 과장은 다른 회사에 다니다 최근 이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직장 내 보육시설이 있어 아이를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해외영업을 담당하고 있어 야근이 많았다. 그동안 아이를 시댁에 맡기고 주말에 데려왔었죠. 근데 아이가 3살이 되다 보니 엄마 아빠를 많이 찾더라고요. 전업주부까지 생각하다가 다행히 이 회사를 찾아냈죠. 지금은 너무나 만족스러울 뿐이죠"
내년 여름 둘째 아이를 낳는 김 과장은 두 아이 모두 직장보육시설에 맡겨 기를 예정이다.

   노브랜드의 이한일 인사총무팀장은 "최근 면접을 본 신입사원 중에도 `직장보육시설이 있어 다니고 싶다'는 여성 지원자가 있었다. 비용 부담은 있지만, 여성 인재 확보라는 측면에서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공간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직장보육시설 설치를 꺼리는 대기업이 부지기수지만, 이처럼 중소기업이 자발적으로 보육공간을 조성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올해 6월 말 현재 사업장 규모가 작아 의무화 대상에서 제외된 기업 중 자발적으로 보육시설을 설치한 기업은 140곳에 달한다. 의무화 대상 중 설치한 기업 155곳에 육박한다.

   경기도 부천의 신한일전기도 수년 전 직장보육시설을 자발적으로 설치했다. 이 회사는 초등학생 방과 후 반까지 운영하고 있다.

   신한일전기의 박임선(31.여) 사원은 "5살과 3살 두 아이 모두 맡기고 있다. 출산휴가가 끝난 직후 첫째를 맡겨 지금까지 5년째 이용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까지 맡길 수 있어 친구들이 너무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직원 수가 작은 경우 여러 기업이 힘을 모아 어린이집을 세운 경우도 있다. 무역협회, kt넷, 한국도심공항, 코엑스 등 4개 기업은 2007년 공동 보육시설을 설치했다.

   무역협회 인재경영팀의 이영호 차장은 "총직원이 250명밖에 되지 않아 아이들을 모으기가 쉽지 않았는데 다른 회사들과 공동으로 추진하니 원생 모집이나 비용 분담 등에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근로복지공단 직장보육시설지원센터의 김미정 센터장은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에게 직장보육시설은 최선의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들도 저출산 문제 해결과 여성인력 개발이라는 취지를 공감하고 더 많은 보육시설 건립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ssahn@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9/11/30 08:0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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