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로 기억된다. 흐릿한 기억이므로 틀릴 수도 있다. 영어교과서인가 영어참고서인가에 처칠 영국 총리에 관한 일화가 실렸다. 칠순이 가까운 수상이 지치지 않고 정력적으로 일하는 걸 신기하게 생각한 누군가가 그 비결을 물었다. 처칠의 대답은 거의 허무개그 수준이었다. “피로예방에는 잠이 최고지!” 하도 잠을 많이 자서 피곤함을 느낄 새가 없다는 거였다.
▲ 15일 오전 행정안전부 업무보고 © 청와대 | | 처칠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자기에게 가장 큰 충격과 낭패감을 준 걸로 기록한 사건은 영국 기동함대의 전함들이 말레이반도 근처 해상에서 일본군의 공습을 받고 수장당한 소식이었다. 이 참담한 보고조차도 그는 침대에 누운 상태에서 들었다. 침실이 사실상 집무실이었던 셈이다. 처칠과 이명박은 비슷한 나이에 국가 최고 권력을 손에 넣었다. 만으로 계산하면 처칠은 66세, 이명박은 67세에 나라의 운명을 책임진 선장이 되었다. 상황의 위급성만 염두에 둔다면 처칠이 이명박보다는 훨씬 다급한 처지였다. 1940년의 대영제국에 견주면 2008년의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태평성대다. 이명박이 타임머신을 타고 대전 초기의 영국으로 날아가 침실에서 빈둥거리는 처칠을 본다면 주저 없이 호통을 쳤을 터. “지금 잠이 옵니까?”라며. 국민원로는 야릇한 상상을 해본다. 이명박이 제일 존경하는 인물은 간디가 아닌 홍사덕이 아닐까 하는. 졸음이 닥칠 때마다 그는 안방 벽에 걸어놓은 홍사덕의 대형 브로마이드를 바라보며 수마(睡魔)와 싸울 것이라고. 수면시간의 길고 짧음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체질에 좌우된다. 나는 적어도 7시간은 자야만 몸과 마음이 개운하다. 반면 어떤 이들은 하루에 두서너 시간만 잠을 자도 심신이 거뜬하다고 으스댄다. 과장이라고 욕하지 말라. 사람마다 키가 다르듯이 수면시간도 천차만별인 법이다. 그럼에도 솔직히 놀랐다. 청계 이명박 선생의 수면시간이 무려 4시간씩이나 되다니. 반복하겠다. ‘겨우’가 아니라 ‘무려’다. 이명박을 자세히 관찰하면 자승자박의 귀재임을 엿볼 수가 있다. 세상에서 자랑하지 말아야 할 게 딱 두 가지 있으니 비상금과 적은 수면시간이다. 수면시간이 적다고 자랑하면 삶이 엄청 고단해진다. 다른 사람들이 이를 토대로 당사자를 대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새벽 2시에 천연덕스럽게 전화하는. 언론에서 이명박의 수면부족을 걱정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내 의견은 정반대다. 1일 4시간도 많다. 3시간만 자라. 2시간만 자라고 요구하려다가 청계 이명박 선생의 고령을 감안해 1시간 더 봐주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다, 애그플레이션이다, 유가폭등이다 하면서 세계경제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는 이미 적신호가 켜졌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ceo 대통령이 한가하게 하루에 4시간씩이나 자서는 천부당만부당한 노릇이다. 대통령은 취침시간을 3시간으로 줄여라.
인간이 하루에 3시간만 자면 큰일 난다고? 지난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99.9퍼센트 이명박을 찍었을 정연희 서울시의회 교육문회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학생들이 공부하다 죽었던 얘기 들은 적 없다!” 마찬가지로 국민 또한 대통령의 잠이 모자란 탓에 국상(國喪) 치렀단 이야기를 들은 바가 없다. 어린 학생들의 학습능력 향상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설학원을 24시간 편의점 체제로 운영하겠다는 조례마저 통과되는 풍토다. 한나라당 당원들로만 구성되다시피한 수도 서울의 시의회에서. 따라서 청와대도 365일 연중무휴로 국정에 매진하기 바란다. 그래야 수출도 늘어나고 민생경제도 회복된다. 대통령더러 하루 3시간만 자라는 소리 취소다. 주무시지 말고 계속 일해주시라. 서번트에게는 ‘노 홀리데이’도 사치다. 하나님께 잠옷 봉헌한 다음 ‘노 슬립(no sleep)’을 실천하라. 집권자가 잠 못 자서 서거했다는 말 들린 적 없으니까. 강부자들과 고소영들은 국민원로의 주장을 터무니없다고 반박하려들 게다. 하루 4시간만 자고 일하자는 이명박의 망언과, 입시학원 24시간 돌리자는 한나라당 시의원들의 헛소리를 접하는 국민들의 심정이 바로 당신들 속내와 똑같음을 명심해라. 공희준의 전체기사보기 ⓒ 빅뉴스 & bi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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