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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몰입교육의 심각한 해악에 대하여
 
서재영 기사입력 :  2008/03/0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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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샘돌과나비

영어 몰입은 철학의 빈곤을 드러내는 발상이다. 그리고 심각한 해악을 초래하는 일이다. 그 이유를 밝히고자 한다. 거듭 말하지만, 이 일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외람되지만 정독을 부탁드리며 함께 고민해 주시기를 바란다.
 



(1) 엘리트의 공동화가 우려된다
 
새 정부와 이명박의 말대로 한다면 고등학교 수준에서 영어로 수업을 받기에 큰 무리가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 질까?  조기유학 붐이 한국을 광풍의 도가니로 몰아넣게 될 것이다. 특목고 준비를 위해 초등 고학년이면 자정까지 학원에 매달리는 나라. 사교육 방지라는 작은 목표를 위해 학생들을 열 시까지 야자로 학교에 감금하는 나라. 학생의 창의와 자율, 개성의 싹을 자르는 한국의 교육 풍토를 피해 돈좀 있는 집에서는 예외 없이 조기 유학을 서두를 것이고, 그렇지 못한 집 역시 무리를 해서라도 그 대열에 끼이려 할 것이다.
 
(기러기 아빠의 원인이 영어를 더 잘 배우기 위함이라고?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은, 무지하기 짝이 없는 진단이다. 잘못된 진단에서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올 리 만무하다. 또한 이명박의 말대로 자사고 몇 백개를 만들면 모든 어린이들이 자정이 되어야 학원에서 귀가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한국의 고등학교는 가난하고 능력 없는 학생들만 다니게 되고 만다. 교육의 엑소더스, 탈대한민국이 휘몰아 치는 것이다. 아이들이 국가와 민족의식이 채 성숙 되기도 전에 조기 유학을 떠나면 그들은 태반이 한국에 돌아오지 않고 그곳에 눌러 앉아 살게 될 것이다. 다시 돌아오는 경우는 부모의 애국심이 아주 투철하여 어릴 때부터 민족의식을 심어주었거나, 아니면 선진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된 사람들이 될 터이다.
 
예나 지금이나 국부의 가장 큰 원천은  지식의 총량이다. 특히 뛰어난 엘리트의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 이때문에 미국이 장학금을 주어가며 다른 나라의 우수학생을 유치하고 있는 것이다. 영어몰입 교육은 돌아오지 않는 엘리트를 만드는 행위가 된다. 미국으로 향한 엘리트 유출의 하이웨이를 뚫는 행위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참 불쌍하게 되는 거다. 바보들의 나라, 바보들의 행진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게 되는 것이다.
 
(2) 국어적 사고의 수준을 떨어뜨린다
 
송유근. 십대 초반의 나이에 칠판 하나를 가득 채우는 수학 문제를 거침 없이 풀어낸다. 그런데 그에게 수능 언어영역의 비문학 수업을 진행하면 알아들을 수 있을까?  아니다이다. 그 이유는 그의 사고력이 그래 봤자 아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언어는 사고의 집이다. 사고는 모국어로 하는 것이다. 영어를 모국어 수준에 버금가게 하는 사람들이 삶의 본질, 우주의 원리, 세계관 같은 추상적이고 고차원적 사고를 영어로 할까, 모국어로 할까?
 
국어를 보살피고 가꾸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사람의 인격적 성숙, 사고의 수준을 모국어가 좌우하는 것이다. 이점에 있어, 많은 사람들이 혼동하는 게 있기에 지적하고 넘어간다. 그것은 한글의 우수성을 근거로 국어를 사랑해야 한다는 논지이다. 한글은 세계언어학자들이 가장 우수하다고 인정하는 문자이다. 그러나 그건 문자의 표기 체계, 다시말해 알파벳이 그렇다는 것이지 언어 자체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모국어(언어)와 글자(한글)는 완전히 다른 범주의 문제이다.
 
어떻든, 영어에 지나치게 일찍부터 몰입하면 모국어에 의한 사고 형성에 커다란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일부 사람들이 이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그건 검증되지 않은 억측에 불과하다. 영어로도 사고하고 모국어로도 사고한다? 글쎄, 그건 지나친 낙관론이다. 두 개 다 잘해서 두 개의 언어로 추상적이며 고차원적 사고를 해내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 보다는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사람을 만들기가 쉽상이다. 참고로 말하면, 필자는 대입 언어논술 강사이며, 학생들의 사고 수준을 피부로 느껴 알고 있다. 지금도 그게 그렇게 높지 않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언어는 사고의 집이다. 한낱 외국어 따위로 인해 모국어에 의한 사고체계 형성에 지장을 초래한다면 그건 명백히 소탐대실이다. 이점에 대해 높은 수준의 언어학자들의 고견을 기대한다. 그러나 이때에 목적 중립적이요 가치중립적인 접근을 전제해야 함은 물론이다.
 
(3) 다른 과목을 공부할 시간을 박탈한다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렵다. 촌음의 시간도 헛되이 보내지 말라. (소년이로 학난성, 일촌광음 불가경). 세계는 넓고 지식은 날로 발전하며, 학생들이 배워야 할 것은 점점 많아 진다. 영어를 강조하는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이 이점이다. 영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하려면 막대한 시간이 투자되어야 한다. 그만큼 다른 공부 할 시간을 희생해야 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슈퍼맨이 아니다. 학생들을 혹사하지 말라.
 
외국어 못지 않게,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폭넓은 독서와 국어적 사고력의 증대, 사회와 과학, 수학적 기초 같은 것이다. 물론 세계화 시대에 외국어 한두 개는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수준은 일상대화에 어려움이 없을 정도면 충분하다. 모든 국민이 모국어 수준으로 영어를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 시간에 정말 필요한 공부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4) 민족문화의 종속과 세계문화의 후퇴를 초래한다
 
근대문명의 여명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아는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중세에는 단일한 문자에 의해 학문이 지배 받았다. 서양은 로마어, 동양은 한자어가 그것이다. 모든 학술 서적과 종교 경전은 로마어와 한자어로 쓰여졌고, 학문행위는 그것으로 이루어 졌던 것이다. 그게 동서양의 주류 문화를 이끌었다.
 
고대에는 어땠을까?  물론 훨씬 다양한 문자에 의해 학문이 이루어 졌다. 그러던 것이 중세에 로마어와 한자어로 수렴되게 된다. 그래서?  이는 기독교와 유교적 단일 가치의 지배와 함께 문명의 정체와 퇴보를 가져오게 된다. 다양성이 사라진 결과이다.
 
바로 이런 흐름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자각에서 근대 문명은 태동하게 된다. 그것이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의 요체이다. 다양성의 회복이 근대문명의 중요한 핵심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국제화라는 미명에 홀려 그러한 우를 다시 범하려 하고 있다. 세계의 학문이 영어로 수렴된다면 세계문명은 다시 다양성을 상실하고 퇴보와 정체를 초래할 개연성이 있는 것이다.
 
무릇 힘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오래 가지 못한다. 그러나 문화로 지배하는 것은 반영구적 지배를 공고히 한다. 몽골제국과 중국, 로마를 떠올리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비단 중국에 비해 땅의 크기와 국력에서 절대적 열세였을 뿐만 아니라, 오래도록 문화적 예속 상태에 있었다. 흥분하지 마시라. 동서양 모든 나라가 다 그러했다. 로마와 중국의 문화적 헤게모니 하에 있었다는 말이다.
 
다시 영어에 몰입하게 되면, 그래서 사실상 모국어와 다름 없는 지위를 갖게 되면, 문화적 예속은 필연적이다. 지금도 영어좀 하면 그게 대단한 인격이라도 되는 양 엘리트임을 자처하는 풍토가 있는데, 영어의 시대가 열리면 좀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사람일수록 영어로 소설 쓰고 영어로 학문하는 데 앞장 서게 될 것이 아닌가?  그래서 세계화의 흐름에서 미국 본토, 즉 주류의 세계에 편입되고 인정받기 위해 혈안이 될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시 민족문화가 숨쉴 공간은 크게 위축되고 말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한 것이다. 마치 조선 시대에 그러했듯이, 우리의 한글문자는 언문이라는 낯뜨거운 지위로 다시 추락하고 말 가능성이 너무도 큰 것이다. 세계모든 나라가 이런 흐름에 동참한다면 그건 문명의 퇴보요, 미국에 의한 세계지배를 공고히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식자연 하는 사람들이 유럽의 어떤 나라들을 예로 들지만, 그런 바보 같은 흐름에 동참하는 것이 지극히 단견이요 어리석음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오히려 세계문화의 영어 단일화를 경고하고 깨우쳐 줘야 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 혼자 하기 힘들면 일본 중국과 힘을 합쳐서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그게 세계문명의 발전을 담보하는 길이다.
 
정말 이것까지는 필자의 억측이길 바라지만, 이명박의 머리 속에 혹시나 영어를 통한 기독교적 세계관의 확산 의도가 있을 수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다.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한다는 사람이니 이런 쓸데 없는 상상도 하게 되는 것이다. 대저 모든 하는 언행이 철학의 빈곤을 보여 주기에 불필요한 노파심을 가져 보는 것이라는 말이다.
 
(5) 다시 밝히는 대안
 
이렇게 말하면 필자를 국수주의자로 오해할 소지가 있기에 지난 글에서 밝힌 대안을 간략히 요약한다. 영어는 필요하다. 그러나 온 국민이 모국어 수준의 영어를 구사할 필요는 없다. 일반 국민들은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영어를 습득하게 한다. 이를 위해 지금의 시험용 영어공부 체계에 일대 혁신을 가져온다. 대입, 공무원, 기업체 사원 선발에 영어를 가장 중요한 잣대로 활용해온 관행을 버리고 자격고사화 한다. 더 높은 수준을 필요로 하는 학생과 직업군을 위해 심화과정을 공교육에서 제공한다.
 
영어가 가장 중요한 평가의 척도로 작용했던 것은 뒤늦은 근대화를 위해 서구 문물의 수입이 무엇보다 시급했던 지나간 시대의 패러다임에 불과하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절대 진리가 아니라는 말이다. 지금은 오히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지 온 국민을 영어에 몰입시킬 시대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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