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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 "중화경제 편입만이 한국의 살 길"
중국과 미국에 대한 사대주의 전파, 대한민국은 이미 열려있다
 
변희재 기사입력 :  2009/09/15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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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 "중화경제 편입만이 한국의 살 길"

중국과 미국에 대한 사대주의 전파, 대한민국은 이미 열려있다
변희재, bignews@bignews.co.kr

등록일: 2009-09-15 오전 11:31:55

박노자와 박경신, 성만 같고 이름이 다른 두 지식인은 묘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박노자는 러사아 태생의 유태인으로서 블라지미르 찌호노프라는 이름을 박노자라는 한국식으로 바꾸면서 2001년 귀화하였다. 그는 귀화 직후 ‘당신들의 대한민국’이라는 한국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은 책을 출판한다. 이 책은 사회과학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로 오르며 그는 한국사회의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를 비판하는 신좌파 지식인의 위치에 올라선다.

박경신은 한국 태생으로 고등학교 당시 미국으로 이민, 법학을 전공하여 미국 변호사로 활동, 이후 미국 국적을 취득하여 한국에 귀국, 고려대 법학과 교수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경신 교수 역시 국가와 민족성을 부정하는 신좌파 혹은 신자유주의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태생의 유태인 출신의 대한민국 국적을 지닌 박노자, 대한민국 태생의 한민족 출신의 미국인 박경신은 대조적인 인물이다. 외양으로만 보면 박노자가 외국인이고 박경신이 한국인이지만, 국적은 박노자가 한국인이고 박경신이 미국인이다. 이들은 각기 귀화한 이유도 일반 사람들과 다르다.

박노자는 귀화 직후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화적으로 한국을 보다 가깝게 느끼기 때문이기도 하고, ‘혈통적인 한국인이야말로 한국인이다’라는 통념에 저항 의식을 느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는 문화적인 정체성을, 생득적인 사항이라기보다는 자유 선택의 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한국인이기를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쎄, 몇 천 명의 한국인들이 매년 해외 거주자가 되기를 선택하여 이민가는 마당에, 균형을 잡기 위해서 한 사람이라도 한국인이 되기를 선택하면 좋지 않습니까?”라고 밝히고 있다.

한국은 귀화시험이 매우 까다로운 편이다. 역사와 국어 지식은 물론 섬세한 면접시험까지 거쳐야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국적 한국에 대한 충성 검증은 필수적이다. 특히 90년대 이후 대한민국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중국은 물론 동아시아의 유학생과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대거 시험에 응시, 검증은 더욱 까다로와지고 있다. 박노자가 밝힌 대로라면 그는 한국 국적을 단지 자신의 선택 사항일 뿐이라며 국가에 대한 충성을 거부하고 있다. 실제로 박노자는 시종일관 애국심을 부정하며, 대한민국의 정체성과는 전혀 다른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박노자, “대한민국의 유일한 생존의 길은 중화경제권에 편입되는 것”

박노자의 글 중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그가 대한민국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로서 중화경제권으로 편입되는 것이라고 주장한 칼럼이었다. 좌파 계열의 레디앙이라는 인터넷매체에 실린 이 칼럼으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당원으로부터조차 비판을 받자 그는 결국 다음과 같은 해명글을 올렸다.

“제가 한반도가 중화권 안으로 흡입이 돼가는 것이 앞으로 10~20년 간 내지 그 이상에 걸치는 불가피한 과정으로 보는 것이지 '좋은 일'로 본다든가 '긍정'하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박노자가 이렇게 해명했지만, 그가 내세운 대한민국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서 중화경제권에 편입되어야 한다는 시각 만큼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 그가 제시한 근거는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이 대부분 중국의 경제성장에 기인한 것이며, 유학생의 절반 이상이 모두 중국인이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박노자의 중화적 시각은 곧바로 반박된다. 대한민국은 중국 경제가 성장하기 훨씬 전인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 당시 이미 10%대 성장을 해왔다는 점이다. 또한 중국 유학생 중 상당수가 바로 조선족이라는 점도 그는 간과했다. 그가 중국을 영원불변한 체제로 보고 있지만 중국 역시 조선족, 위구르족, 몽골족 등 이민족이 규합된 국가이므로 향후 어떻게 체제가 변할지 모르는 일이다.

박노자는 “제가 좋아하는 것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라기보다는 한국 고전 문화와 한국에서 사는 사람, 개인들입니다”라며 국적이 아닌 한국인을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인들 절대 다수는 중화경제권에 포함되어야 생존할 수 있다는 그의 진단에 동의하지 않는다. 과연 한국인들이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 그는 한국인에 대한 시각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까?

박노자는 주요 일간지 칼럼 기고자로서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 어떤 나라든 자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면서 국적을 취득하고, 주류 담론 시장에서 리더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경우는 좀처럼 드물다. 그 타당성을 떠나서 박노자가 한국이 중화경제권에 편입될 것이라 주장하면서도 주류 지식인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점은 한국이 폐쇄된 민족주의나 과잉 애국주의가 난무하는 국가가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열린 국가라는 점을 방증한다.

박경신의 경우도 위치는 반대이지만 입장은 마찬가지이다. 박경신은 공개적으로 국내 복귀 당시 미국 국적 취득 이유를 “6개월 강의를 하고 3년 군대를 가기 위해 귀국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로 들고 있다. 미국 국적 취득은 심지어 미국이 수행하는 모든 전쟁에 참여할 것을 선언케 하는 수준의 충성심을 강조한다. 박경신은 한국의 군대를 면제받기 위해 미국의 전쟁을 지지한다는 선언을 한 셈이다. 모든 전쟁을 반대하는 신좌파 논리로 봐도 이는 배신일 수밖에 없다.

애국심의 나라 미국이라면 박경신과 박노자는 추방당할 것

박경신은 병역기피를 목적으로 한국 국적을 포기한 사실이 드러난 뒤에도 여전히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으로서,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왕성한 기고 활동을 하고 있다. 최소한 그가 활동하는 영역에서 병역기피 문제로 불이익을 받은 사례는 없어 보인다. 심지어 공영방송인 kbs에도 여전히 출연하고 있을 정도이다. 참여연대 측이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의 차남의 병역기피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 고발까지 했지만, 박경신의 병역기피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삼지 않고 있다.

박노자가 자신의 조국인 러시아에 대해 신좌파적 시각으로 비판적 발언을 하는 것과 달리 박경신은 자신의 본국인 미국에 대한 긍정적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박경신이 대한민국 포털의 영상물 삭제에 대해 피해자들의 소송을 대리하면서 사례로 든 것조차 미국의 유투브닷컴의 것이다. 그는 심지어 미발위 활동 중 한국의 법체계를 미국식 민사중심 체계로 바꾸자는 주장까지 하여 위원들을 당혹케 하기도 했다.

박경신이 그토록 예찬하는 미국의 경우로 볼 때, 누군가 미국 국민의 의무를 면제받기 위하여 한국 국적을 취득한 뒤 미국으로 복귀하여 한국의 기준으로 미국을 비판한다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일까? 미국 사회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뉴욕 한인회의 관계자들은 “미국의 애국심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가 단지 약소 국가로서의 애국을 강조했다면 미국인들은 세계 최강의 국가로서의 애국심과 자부심을 갖고 있다”, “박노자와 박경신의 사례는 미국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로 곧바로 추방당할 것”이라 주장했다.

한국 국적을 취득했으면서도 한국에 대한 충성을 거부하고 중화경제권 편입을 이야기하는 박노자, 한국의 의무를 피하기 위해 국적을 버린 박경신, 이러한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두 지식인이 한국에서 주류 지식인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점, 지금 대한민국에서 걱정해야할 일은 과도한 애국주의나 민족주의가 아니다.

오히려 세계 10강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으면서도 약소국의 경험을 잊지 못하고, 여전히 서구의 사대주의에 빠져있는 현실과 이론의 괴리감, 이를 메꿔나가야 한다. 단지 소비자들이 불만을 토로한 것을 놓고 과도한 애국주의와 민족주의라 비판했던 지식인들과 언론인들은, 박노자와 박경신이라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희귀한 사례를 미국이나, 중국, 일본, 최소한 필리핀이든 태국인이든 베트남에서든 또 있는지 검토부터 해봐야하지 않을까?

대한민국의 외국인 110만 시대, 열린 만큼 열린 게 아닐까? 더 열기 위해서는 무작정 사대주의적 발상으로 낡은 서구의 신좌파 이념 공세만 할 게 아니라 한국적 열린 민족주의 담론을 보다 더 정밀히 가다듬어야 하는 게 아닌지 스스로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 변희재
 
▲ 미디어워치 27호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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