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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팔려간 여성들 "우린 개만도 못한 노예였다"
일본에 팔려간 유흥업소 여성들의 악몽
 
조선일보 기사입력 :  2010/06/1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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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우린 개만도 못한 노예였다"

 

입력 : 2010.06.19 03:18

일본에 팔려간 유흥업소 여성들의 악몽

부산지방경찰청 외사수사대는 고리(高利)의 사채를 갚지 못한 유흥업소 여종업원 70여명을 일본 성매매 업소에 팔아넘긴 해외성매매 알선 조직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6월 8일

그녀는 매일 악몽을 꾼다. 지난해 일본에서 겪은 3개월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고 했다. 사연은 이랬다. 그는 2008년 부산의 유흥주점에서 일했다. 그러다 업소 아가씨를 관리하는 '멤버'를 통해 1500만원을 꿨다.

연리 150% 사채(私債)였다고 했다. 매주 갚아야 할 돈을 못 내면 그 돈이 원금에 더해져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었다. 몸이 아파 몇 주일 쉬었더니 빚이 6개월 만에 3000만원이 됐다. 빌린 돈의 곱절이었다.

사채업자가 매일 전화를 걸어왔다. "교도소에 보내겠다" "부모에게 알려 집안을 박살 내겠다"고 협박하더니 어느 날 멤버가 이런 말을 꺼내는 것이었다. "일본 가서 눈 딱 감고 3개월만 일해라. 빚 다 갚을 수 있다."

사채업자에게 떠밀려 일본 성매매 업소에 3개월간 팔려갔다 오는 한국 여성들이 많다. 이들은‘지옥’과‘노예’라는 표현을 썼다. 사진은‘한 국인 최고’라는 의미의 인터넷 주소를 가진 일본 성매매업소의 홈페이지
그는 그 일이 '직업 성매매'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러자 사채업자와 멤버가 말했다. "너, 그렇게 버티다 보면 나중에 호주나 미국으로 팔려갈 수도 있어!" 그는 일본행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그는 멤버의 소개로 해운대 커피숍에서 일본 성매매 업소의 한국 연락책을 만났다. 얼굴과 몸매를 훑어본 그 연락책은 흡족한 표정을 짓더니 3개월 근무조건으로 3500만원을 제시했다.

20대 초·중반 용모 단정한 여성은 's급'으로 3500만~4000만원이고 평범한 여성은 2000만~3000만원이라고 했다. 그는 이 돈을 한 푼도 못 만져봤다. 일본 업소가 보낸 돈이 멤버를 거쳐 사채업자 호주머니로 들어간 것이다.

3500만원이니 사채 3000만원 제하면 500만원이 남지만 항공료와 일본 숙식비 명목으로 이 돈도 공제됐다. 그는 멤버의 배웅을 받고 도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건장한 업소 직원이 나리타 공항에 마중을 나왔다.

그는 그녀를 차에 태우자마자 '스튜디오'라는 곳으로 데려갔다. 옷을 벗고 각종 음란한 자세의 사진을 찍었다. 직원은 "홈페이지에 올린다"고 했다. 그를 고용한 업소는 속칭 '데리바리'라고 하는 출장 성매매 업소였다.

인터넷에 여성의 사진과 신체 사이즈, 나이를 공개하고 연락이 오면 손님이 원하는 장소에서 성매매를 하는 것이었다. 업소는 홈페이지에 "새 아가씨가 들어왔다"면서 그의 사진과 프로필을 올렸다. 근무는 첫날부터 시작됐다.

그는 도쿄 변두리 13평짜리 아파트에서 다른 한국 여성 10여명과 합숙했다. 대부분 고리 사채에 떠밀려 일본에 왔다고 했다. 이들과 함께 아파트에서 24시간 대기했다. 호출은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그는 손님들의 무리한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 불만이 접수되면 업소는 속칭 '빠킹' 요금이라고 해서 여성에게 수만엔씩 벌금을 물린 것이다. 남자들이 못된 짓을 해도 업소의 질책과 '빠킹료'가 무서워 그냥 참았다.

콘돔을 사용하지 않아 동료들이 성병에 시달렸고 그럴 때마다 업소측은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직접 항생제 주사를 놓았다. 그는 매일 10번 이상 출장을 나갔다. 잠은 하루 3시간 잤다. 쉬는 날도 없었고 생리 때도 일했다.

업소는 화대로 시간당 1만5000엔을 챙기면서도 체류하는 동안 돈을 최대한 뽑아내려 여성들을 마구 굴렸다. 그는 많은 여성들이 폭행에 시달렸다고 했다. 손님에게 잘 해주지 못했다, 햄버거 사 먹으러 갔다는 이유였다.

도망가거나 숨을 곳도 없었다. 업소가 여권을 가져갔고 '요주의' 여성들은 휴대전화까지 빼앗았다. 길을 모르는 데다 24시간 감시받는 판이니 그저 이 악물고 3개월간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귀국했을 때 그의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돼 있었다. 그는 "개·돼지보다 못한 노예였다"고 했다. '그'와 같은 아픔을 가진 한국 여성이 이 업소에만 70명이었다. 이 업소는 일본인 남편을 둔 한국 여성이 운영했다.

성매매 남성 중엔 한국인도 있었고 연예인도 있었다. 도쿄에는 수백 개의 출장 성매매 업소가 있다. 일본 성매매 업소를 모은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지금도 수많은 한국 여성들의 나체사진과 프로필이 올라 있다.

외사수사대는 한국여성을 팔아넘긴 멤버 2명과 성매매 업소 한국연락책을 구속했다. 외사수사대 정상국 팀장은 "일본의 성매매 업소나 유흥주점에 있는 한국 여성이 3만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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