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곽노현 교육감이 28일 돌연 ‘정공법’을 택했다. 곽 교육감 자신이 기자회견을 통해 박명기 서울교대교수 쪽에 2억원을 줬다고 ‘실토’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곽 교육감이나 그 주변 인사들을 잘 아는 사람들의 관측과는 사뭇 다른 것으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곽 교육감 쪽은 애초 금품수수 자체를 부인한 바 있다. 박 교수가 검찰에 체포된 지난 26일 밤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번 2억원 전달에 직접 관여한 한국방송대 교수 ㄱ씨는 “절대 위법한 일을 한 적이 없다”며 검찰 수사에 터무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곽 교육감 등) 저희가 그렇게 살아온 사람들이 아니다. 나쁜 일에 절대 협력하지 않아 왔고, 곽 교육감도 급하다고 해서 위법이나 불법에 동조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결백을 주장했다. 곽 교육감 자신도 주변에 비슷한 취지의 설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랬던 곽 교육감 쪽이 28일 기자회견 일정을 몇 차례 미뤄가며 숙의한 끝에 2억원을 줬다고 밝힌 것은, 금품수수 자체보다 돈의 성격, 즉 ‘대가성’을 놓고 검찰과 공방을 벌이는 쪽이 ‘여론 싸움’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이미 박 교수 쪽에 2억원이 전달됐다는 ‘사실’을 계좌추적을 통해 확인한 만큼 금품수수의 진위를 놓고 검찰과 승강이를 벌이는 것 자체가 무익하다는 판단을 했을 법하다.
실제로 곽 교육감은 이날 회견에서 “박 교수의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를 외면할 수 없었다”, “박 교수가 경제적으로 몹시 궁핍해 자살까지 생각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2억원이 후보 단일화와는 무관한 ‘선의의 지원’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또 이 돈이 ‘사후’, 즉 서울시 교육감 선거 이후에 건네진 만큼 이는 ‘대가성’이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도 폈다. 곽 교육감은 회견 말미에 검찰이 대가성 없는 돈을 수사하고 있다며 이번 수사를 ‘몰인정한 검찰권 행사’로 공박하기도 했다. 순수한 지원을 왜곡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관건은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 교수가 26~27일 검찰 조사 과정에서 어떤 진술을 했는지다. 특히 지난해 5월 서울시 교육감 후보 단일화를 앞두고 곽 교육감과 박 교수 사이에 금품수수와 관련한 ‘묵시적 합의’ 같은 것이 있었는지가 이번 ‘대가성 공방’의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