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맨 앞)이 ‘대사회의’에 참석한 외교관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조선중앙TV는 회의가 열린 시점을 공개하지 않은 채 지난해 7월 이 장면을 보도했다.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태영호 공사의 귀순을 계기로 재발 방지를 위해 외교관과 가족에 대한 소환령을 내렸다. [조선중앙TV 캡처]
에티오피아 근무 탈북자 증언
“북한 대사 월급은 85만~95만원
자녀들 학비 지원 전혀 없었다”
대사관 안전대표(참사 아래 직급)는 평양의 국가안전보위부에 현지 상황을 직접 보고하고, 당비서는 압송을 준비했다. 대사는 여권을 압수당하고 남성 공관원 3명이 해당 외교관을 중국으로 데려갔다. 이후 중국 주재 공관원에게 신병을 인계하고 대사가 평양으로 끌려가면서 상황은 종료됐다. A씨는 “당시 전영진과 장용철은 자신이 처형당할지 모르고 단순 송환으로 생각하고 순순히 응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승승장구했던 엘리트 외교관이라도 하루 아침에 파리 목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문서는 또 북한 외교관들의 삶이 녹록지 않다고 적고 있다. “북한의 대사 월급은 700~800달러(85만~95만원)에 불과하며 된장이나 고추장도 현지에선 비싸기 때문에 평양으로부터 공급받는다”고 전했다.
문서에 따르면 대사보다 직급이 낮은 외교 참사의 월급은 600~700달러, 그 밑인 서기관은 500~600달러 수준이다. 대사가 대외 활동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판공비도 없다. 다만 대사관 대외활동비 명목으로 1년에 2000~3000달러가 배정되는데 이 돈은 김일성·김정일 생일 때 주재국 인사들을 초청하는 파티용으로만 쓸 수 있다.
경비 절감을 위해 음식도 요리사가 아닌 외교관 부인들이 준비한다. 부족한 생활비는 밀수(密輸)를 통해 번 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따라서 태 공사도 런던에서 1200파운드(175만원)에 달하는 아파트 월세를 충당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문서에 따르면 그나마 사정이 나은 지역은 중국과 동남아시아다. 중국 대사관에는 200명이 근무하는데 숙식이 가능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1인실은 없고, 모두 2~5인실에 층마다 하나씩 마련된 공동화장실을 사용한다. 러시아에도 80~100명의 대사관 직원들이 이런 방식으로 생활하고 있다. 된장·고추장 등 본국 음식은 신서사(信書使·본국과 대사관 간 외교 문건을 전달하는 사람)가 평양에서 조달해 공급하는데 이마저 달러를 지불하고 구입해야 한다.
A씨의 근무 당시 에티오피아엔 150명의 북한인이 거주하고 있었다. 이 중 50명은 북·에티오피아 보건협약에 따라 파견된 의사들로 여성은 한 명도 없었다. A씨는 그 이유를 “최근 리비아에 파견된 여자 간호사들이 성(性) 스캔들을 일으켰다. 함께 파견된 북한 의사뿐 아니라 현지인들도 이에 연루돼 이후 여성을 파견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A씨는 “김정일(국방위원장)이 2009년 자녀를 두 명까지 동반해 해외 근무가 가능하도록 허용해 자녀들과 함께 탈북이 가능했다”며 “특히 애들이 김책공대에서 자연과학을 전공한 이력 덕분에 유학을 명분으로 해외 체류 허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가에서 지원되는 학비는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런던에서 근무한 태 공사가 자녀들의 학비 문제로 고민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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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A씨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공을 들였던 마식령스키장에 대해 “한국인을 대상으로 만든 것”이라고 증언했다. 김정은이 금강산 관광 재개를 대비해 연계 상품으로 스키장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 선양(瀋陽)에 대규모 스키장이 있기 때문에 중국인에겐 마식령스키장의 매력이 덜하다”고 설명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