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70년 美주도 질서 위협
한·미·일 3각 공조에 악영향
美지일파 매수시도에 분노도일본 정부와 극우단체의 과거사 왜곡이 최대 동맹국인 미국과의 ‘역사 전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한·일 간 과거사 논쟁을 다소 관망하던 미국에서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일본의 역사 왜곡이 도를 넘어섰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일본의 과거사 부정은 미·일이 격돌했던 태평양전쟁의 정당성으로까지 연결되면서 올해 70년을 맞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형성된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까지 부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정부에도 상당한 잠재적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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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입장에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내각의 왜곡된 역사 인식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아시아로의 회귀)’ 전략에도 상당한 부담이 된다.
중국의 급부상과
러시아의 독자 행동, 북한의 핵 개발에 맞서 한·미·일 3각 공조를
강화하려는 미국 전략에 일본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역사교과서 개정, 독도 도발 등을 통해 엇박자를 내면서 찬물을 끼얹는 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말 한·미, 미·일 간 양자 협약을 맺는 간접 방식으로 3국 간 군사정보 공유 체제를 만들어낸 미국으로서는 아베 내각의 역사 왜곡은 한·미·일 공조 차원에서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미국 주도의 전후 체제 자체를 뒤흔들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팽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주장이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기본적 인식도 미국이 목소리를 높이는 근거다. 게다가 잘못된 사실을 친일 학자를 매수하는 방법으로 제3국인 미국에까지 강요하는 것은 미국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 역사학계부터 반대 목소리가 높다. 알렉시스 더든(역사학) 코네티컷대 교수와 데니스 핼핀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연구원이 “미국에서 발행되는 교과서를 상대로 이뤄진 일본의 역사 왜곡은 학술 연구의 자유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라며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일본은 아베 정부의 역사 수정주의 시각을 국제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공공외교 예산에 올해 5000억 원을 배정했다. 한국의 관련 예산은 133억 원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미·일 간 역사 논쟁이 미·일 동맹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일은 올해 방위협력지침 개정을 앞둔 상태로, 미국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이었지만, 한·일 간 과거사 갈등이 미국으로까지 번지면서 이 문제를 재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