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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김길태를 만나보니...
우리 사회 전체가 강력범죄에 대한 안전망 구축을 위해 지혜를 모을 때다.
 
박찬종변호사 기사입력 :  2010/06/1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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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2 10:04

 

[기고] 내가 김길태를 만나보니

  • 박찬종 변호사
▲ 박찬종 변호사
최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8살짜리 여학생을 납치·성폭행한 김수철 사건은 지난 2월 부산에서 발생한 김길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김길태는 13세 여중생을 등굣길에 납치해 골목길이 많은 빈집으로 끌고 갔고, 김수철도 학교 운동장에서 480m 떨어진 자기의 반지하방으로 납치해 범행을 저질렀다.

우리 사회를 이런 강력범죄로부터 보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지난달 부산구치소에서 김길태를 2회에 걸쳐 만났다. 김은 지난 9일 부산 여중생을 강간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구형받았다.

김의 성장과정과 학력, 두차례에 걸친 11년의 교도소 수감 상황을 살펴보면 '김길태증후군'의 예비범죄 집단이 바로 우리주변에 시한폭탄처럼 도사려 있고, 우리 사회가 강력 범죄로부터 큰 구멍이 뚫려 있음을 알 수 있다.

김은 그가 양아들이란 사실을 초등학교 2학년 때 알았다. 알고 나니 아버지에게 맞는 게 더 슬프고 서러웠다고 한다. 이런 원만치 않은 유·소년 시절을 보낸 김은 고등학교 1학년 입학 후 2개월 만에 자퇴했고 이후 세 차례 소년원을 들락거렸다. 김처럼 해마다 학업 부적응과 품행 문제로 고교를 자퇴한 경우가 연간 1만5000명이고, 지난 10년간 15만명에 달한다. 대졸자들도 취업난이 심각한데 이들 고교 중퇴자들을 받아들일 곳이 어디 있겠는가. 소년범이 2007년엔 전년보다 27%포인트, 2008년에는 53%나 늘어난 것은 고교 중퇴자가 불어난 데 큰 원인이 있다. 소년범죄 예방을 위해선 의무교육을 고교까지 확대하고, 학교가 학생들의 생활지도에 적극 나서야 한다.

김은 직업훈련 받기를 원했지만 교도소에 있을 때나, 출소 후에도 직업훈련을 한 차례도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출소 후 제대로 된 직업을 잡을 길이 없었다고 한다. 전국 47개 교도소·구치소에 수용된 기결수 3만5000명 중 직업훈련을 받은 사람은 10명 중 한명꼴에 그친다. 그나마 직업훈련 시설이 부족해 희망자를 모두 교육시키지도 못한다.

김은 두 번째 복역기간 중 환시·환청증세를 보여 정신치료 교도소로 지정된 진주교도소로 옮겼다고 한다. 그러나 외부 정신과 의사가 한 달에 한 번 정도 와서 간단히 묻고(본인은 10초 정도라고 함) 처방약만 받았다고 한다. 본격적인 심리 상담이나 치료를 받지 못했다. 실제 전국 47개 교도소에 배치된 의사 76명 중 정신과 전문의와 전문심리상담사는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전과자에 대한 사회의 냉대(冷待)도 여전하다. 김은 작년 6월에 8년 만에 출소해 경기 의왕에 있는 물류회사에 잡부로 취업했지만 전과자라는 사실이 밝혀져 50일 만에 내쫓겨났다고 한다.

'프로이트'는 인간은 누구나 범죄에 대한 충동이 잠재해 있고, 교육·도덕·사회적 책임 등의 요인으로 이를 억제하는 초자아(超自我)의 존재가 범죄를 제어하는 기능을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관점에서 김의 경우 정상적인 고교교육을 받았거나, 교정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했다면 더 이상 범죄에 빠져들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 사회 전체가 강력범죄에 대한 안전망 구축을 위해 지혜를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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