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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 많은 연못의 물고기들
함량미달 얼치기 이무기들,제발 중도하차해주길... 물고기들 삶 피곤해
 
조선일보 기사입력 :  2010/09/1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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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논단] 이무기 많은 연못의 물고기들

  • 박지향 서울대 교수·서양사

 

 

입력 : 2010.09.13 23:09
박지향 서울대 교수·서양사

능력 지성 사명감 사랑 용인술 통합력 없는 이무기들
제발 중도하차해주길 이무기 많은 연못서 물고기들 삶 피곤해

이명박 대통령이 야심 차게 기획한 임기 후반의 개각은 실패로 돌아갔다. 이 대통령이 예외적으로 뛰어난 기업인이었고 자신의 직무에 열성인 것은 확실한데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은 많이 부족한 듯하다. 특히 인사문제를 놓고 볼 때 상식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다른 지도자들과 비교해보면 이 대통령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좀 더 확실히 드러날 것이다.

역사상 가장 성공한 통치자로 반드시 언급되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는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여왕은 스페인어·프랑스어·라틴어는 물론 그리스어까지 구사할 정도로 대단한 능력과 지성을 갖추었으며, 자신이 한 나라의 통치자라는 사실을 뼛속까지 인식하고 있었다. 백성을 진정으로 사랑했다. 무엇보다도 모든 사람을 경탄시킨 것은 그의 용인술이었다. 여왕은 유능하고 진실한 대신들을 오랫동안 곁에 두어 국정에 일관성을 유지했을 뿐만 아니라 신분에 상관없이 드레이크와 같은 해적 출신도 적극 활용하여 국력을 드높였다. 게다가 여왕은 당시 최강대국인 스페인이 침략해 온 절체절명의 순간에 온 국민을 결집해 나라를 구하는 위력을 발휘했다. 400여 년이 지난 지금, 사회도 정치도 훨씬 더 복잡해졌지만 엘리자베스가 보여준 리더십은 여전히 유효하다. 즉 능력과 지성, 지도자로서의 투철한 의식과 사명감, 국민에 대한 사랑, 그리고 뛰어난 용인술을 동원하여 국민을 통합하는 능력이 그것이다.

통치와 무관한 환경에서 태어났지만 통치자가 될 운명을 확신하고 일로매진한 인물도 있다. 드골 프랑스 전 대통령이 그런 경우다. 그는 소년 시절에 '언젠가 프랑스를 구할 영웅'으로서의 자신의 미래를 상상했고 실천에 옮겼다. 2차 세계대전의 와중에 예순이 넘은 나이에 비로소 총리가 된 처칠도 유럽이 히틀러에게 거의 완전히 굴복했을 때 결연히 고독한 투쟁을 이끌어 세상을 구해냈다. 드골과 처칠은 자신의 숙명을 꿈에도 의심치 않았고 자신이 이루려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알고 있었으며 조국이 필요로 할 때 국민을 하나로 통합할 줄 아는 지도자였다.

그에 반해 이 대통령은 어쩌다 최고 통치자가 된 경우인 것 같다. 아마도 이 대통령의 인생 시나리오에는 한참 후까지 청와대가 들어 있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숙명'을 깨닫지 않았다고 해서 성공적 지도자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영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된 마거릿 대처의 원래 계획에도 총리직은 없었다. 그러던 그는 총리가 되자 노사분규로 갈가리 찢겨 '통치 불가능한 나라'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영국을 혁명적으로 변혁시켰고 위대한 정치인의 반열에 올랐다. 이처럼 리더십은 나중에 획득되기도 한다. 불행히도 우리 대통령은 아직 성공적 리더십을 획득하지 못한 것 같다.

그는 불우한 가정환경을 극복하고 최고의 지위에 올랐다는 사실을 종종 내세우지만 그것이 특별한 장점이 될 수는 없다. 그 점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으며 비슷한 성공담을 내세울 사람들은 그 외에도 많다. 박 전 대통령이 인정받는 진짜 이유는 불우한 환경을 딛고 최고의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 아니라―게다가 그 수단도 합법적이 아니었다―그가 대한민국을 업그레이드 하는 결정적이고 혁명적인 업적을 이루어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아직도 서민의 대통령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앙한다. 그러나 빈농 출신이고 서민을 사랑하는 마음이 반드시 서민을 위한 나라의 건설이라는 업적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님은 그에 실망한 서민들이 표를 몰아 이명박 후보를 당선시킨 사실에서 확인된다. 하지만 천안함 사건에서 정부를 믿지 않는 국민 수가 그렇게나 많다는 사실은, 모든 걸 떠나 이 정부의 무능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 대통령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자리에서 '무엇을 이루는지'이다. 그런 맥락에서 족적을 남긴 리더가 우리 역사에 몇 명이나 될까? 현재 대선 주자를 꿈꾸는 사람들은 최고의 지위에 올랐을 때 무엇을 이루겠다는 확실한 비전이 있는가? 그들은 자신이 능력과 지성, 지도자로서의 투철한 의식과 사명감, 국민에 대한 사랑, 뛰어난 용인술, 그리고 국민통합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확신하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허황된 꿈을 접고 제발 도중하차해 주기 바란다. 너무 많은 이무기가 들끓는 연못에 사는 물고기들의 삶은 무척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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