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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원 간 17세 김양, 女판사에 놀라운 편지
학교는 격리만 하고, 집에는 부모 없는데 … 93%가 훈방
 
중앙일보 기사입력 :  2014/07/17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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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격리만 하고, 집에는 부모 없는데 … 93%가 훈방

[중앙일보] 입력 2014.07.07 00:34 / 수정 2014.07.07 03:54

중앙일보, 재범 이상 소년범 28명 심층인터뷰 … 조손가정·고아원 출신 68%

광주소년원의 용접 교육 모습. 본지가 만난 28명의 소년범 대다수는 “훈방 땐 몰랐다가 소년원에 들어와서야 스스로를 다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오종찬]

“왜 어릴 때 강하게 처벌해주지 않았나. 훈방돼 풀려나야 돌봐줄 사람도 없었는데. 2년 소년원 재원 판정을 받고 여기(소년원)에서 생활하면서야 사고 치면 안 된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신철수·가명·20·전과 12범·부산소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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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서에 가도 무서운 줄 몰랐다. 반성문 같은 것만 쓰고 나오니까. 결국 친구들과 어울려 같은 짓(금품 갈취)을 반복했다.”(김영철·가명·19·전과 8범·A청소년보호시설)

 늪에 빠진 듯 거듭 범범행위를 한 소년범들은 대부분 한목소리였다. “내 잘못”이라면서도 첫발을 잘못 내디뎠을 때 두 번 다시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따끔하게 다뤄주지 않은 점을 아쉬워했다. 야단쳐 바로잡아 줄 가족이 없는 빈자리를 사법기관이 채워주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중앙일보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경북 김천소년교도소와 부산·광주 소년원 등 전국 4개 소년원, 그리고 4개 보호시설에서 재범 이상 소년범 28명을 인터뷰한 결과다.

10명 중 9명, 중2 되면 전과기록

 이들 중 대략 셋 중 둘인 68%는 할아버지·할머니나 한부모 슬하, 아니면 고아원에서 자랐다. 대화할 가족이 사실상 없었다. 대부분 밖으로 나돌며 비슷한 또래들과 어울리다 범죄를 저질렀다. 첫 범죄 시기는 중학교 2학년 이하가 90%였다. 대체로 형사 미성년인 만 14세가 채 되지 않아서였다. 처음 저지른 일은 오토바이를 훔치거나 빈집털이 같은 절도가 절반(50%)이었다. 동급생 또는 하급생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돈을 뜯는 경우(폭력·갈취) 또한 36%에 달했다.

 첫 처분은 대부분 훈방이었다. 대략 셋 중 둘(68%)이 그랬다. 25%는 보호관찰이나 기소유예를 받아 풀려났다. 28명 중 처음부터 소년원에 간 것은 성매매 알선처럼 무거운 죄를 범한 단 두 명(7%)뿐이었다.

 훈방·보호관찰·기소유예를 받으면 일단 집과 학교로 돌아갔다. 집에 붙들어 줄 이가 없는 것은 범죄를 저지르기 전과 마찬가지였다. 학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훈방하는 경우 경찰이 학교에 알리지 않는 게 대부분이어서 모른 채 방치됐다. 범죄 사실을 알게 되면 학교는 격리하려 했다.

 “중3 때였다. 소년원에 갔다 오니 한 달을 학생부장 선생님과 따로 있어야 한다고 했다. 특별활동실에 앉아 혼자 교과서를 봤다. 못 견디고 결국 뛰쳐나왔다.”(박승기·가명·19·전과 20범·경북 김천소년교도소)

갈 곳 없어 ‘가출 패밀리’ 꾸리기도

 아이들은 결국 전에 어울리던 친구들과 다시 모였다. 때론 집단 가출해 이른바 ‘가출 패밀리’를 형성했다. 여기 아이들은 대체로 저질러봐야 큰일 없다는 것을 경험했다. 10만원, 20만원을 어떻게 하면 쉽게 구하는지도 알았다. 이들은 또다시 오토바이와 휴대전화 단말기를 훔치고, 인터넷에 ‘중고 물품을 판다’고 올려놓고서는 대금만 챙겨 달아나는 식의 범죄를 저질렀다. 나이가 어리고 범죄가 중하지 않다는 이유로 훈방된 아이들 대부분이 이랬다.

 “동네 형이나 친구들과 함께 범행을 하면 무서운 게 없었다. 마트나 문구점·찜질방을 돌며 마구 훔쳤다. 누구를 때리고 있으면 영문도 모른 채 함께 때렸다.”(최상혁·가명·19·전과 21범·광주소년원)

 “학교가 끝나고 빌라 지하주차장 같은 데 모여 어떻게 하면 돈이 들어올까 의논했다. 열쇠 없이 오토바이 훔치는 법 같은 것도 이렇게 얘기하면서 알게 된다. 나중엔 휴대전화 개통 사기에까지 손을 뻗쳤다.“(정순철·가명·20·전과 12범·부산소년원)

 소년범들 중에는 “10호 처분(6개월 이상 소년원 송치)을 받고서야 이래선 안 되겠다고 깨닫게 됐다”는 이들이 있었다. 대전소년원에 있는 김민영(17·가명)양은 얼마 전 자신을 소년원에 보낸 인천지법 소년부 문선주(36·여) 판사에게 편지를 보냈다. ‘처음 10호 처분을 받아 1년을 소년원에서 지내게 됐을 때 판사님에 대해 분노가 끓어올랐습니다. 하지만 이젠 고맙습니다. 여기 와서 가족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아버지와 사이가 좋아졌습니다. 전에는 살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자존감이 생겼고 하고 싶은 일도 생겼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가 이혼해 아버지 밑에서 큰 김양은 중2 때 가출했다. 빈집털이나 취객의 지갑을 훔치며 생활하다 소년원에 가게 됐다. 그런 김양이 “소년원에 간 게 다행”이라고 한다. 이런 현실과 달리 사법행정은 거의 훈방 위주다. “본인 잘못도 있지만 환경 탓이 크다. 본인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논리다. 동국대 박병식(법학) 교수는 “환경이 문제라면서 가정이 해체돼 또다시 범죄의 유혹에 빠지기 십상인 형편에 있는 아이들을 아무 대책 없이 풀어주는 건 훈방이 아니라 방치”라고 지적했다.

“초범부터 맞춤형 교정 필요”

 캐나다와 영국 같은 곳은 다르다. 소년 범죄가 발생하면 초범이거나 가벼운 사안이라도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지사에 부모까지 참여하는 모임을 만들어 가정 환경을 조사하고 올바른 맞춤형 교정 프로그램을 만들어 준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김지선 선임연구위원은 “성인이 되어서도 범죄의 늪에 빠져 결국 사회적으로 큰 비용을 치르게 되는 사태를 막으려면 한국도 캐나다나 영국 같은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위성욱(팀장)·신진호·최경호·최모란·윤호진·이정봉·구혜진 기자

◆소년원=만 19세 미만 소년 범죄자들이 간다. 형사재판 선고가 아니라 가정법원의 결정에 따라 가는 곳이라는 점이 교도소와 다르다. 다시 말해 형벌을 치르러 가는 게 아니라 교정 프로그램을 이수하기 위해 가는 곳이다. 잘못의 경중에 따라 최소 1개월에서 최대 2년까지 있게 된다. 소년원에 갔다 와도 공식적인 전과 기록은 남지 않는다. 서울·부산 등 전국에 10개가 있다.

◆소년교도소=만 19세 미만이지만 무거운 죄를 저지른 경우에 정식 형사재판을 받아 가는 곳이다. 소년원과 달리 소년교도소를 거치면 공식 전과 기록이 남는다. 최대 재소 기간 역시 소년원처럼 2년으로 정해진 게 아니라 형량에 따라 10년 넘게 있을 수도 있다. 소년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도중에 만 23세가 넘으면 성인교도소로 옮긴다. 현재 경북 김천에 한 곳이 있다.

◆보호관찰소=죄의 대가를 치르고 나온 이들이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사후 관리하는 시설이다. 소년범은 따로 처벌하지 않고 풀어주는 대신 일정 기간 보호관찰소에서 1년 이상 교육과 관리를 받도록 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경기도 성남·부천시에서는 보호관찰소가 옮겨갈 지역 주민들이 “기피시설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대해 이전 계획이 무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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