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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3년째 진보당원 감청… 내부 협력자가 녹음 가능성도
오전엔 “100% 소설·모략” 오후엔 “모임은 열렸었다” 혐의 벗을 구체적 반박 없고 자체적 진상조사도 안해
 
한겨레 기사입력 :  2013/08/3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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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3년째 진보당원 감청…내부 협력자가 녹음 가능성도
 
국정원, ‘내란음모’ 녹취록 어떻게 작성했나
등록 : 2013.08.30 19:52수정 : 2013.08.30 22:22
 
‘5·12 합정동 모임’ 참석자들인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김홍렬 위원장(왼쪽)과 김근래 부위원장이 30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반박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녹취록 어떻게 작성했나 모임내 협력자 ‘몰래 녹음·촬영’ 가능성
수원지법 “감청영장 여러차례 신청 ·연장, 올해도 허가해줘”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게 내란음모 등의 혐의를 적용한 근거로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녹취록이 보도되면서 이 녹취록 작성 경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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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록은 통합진보당이 올해 5월12일 서울 마포구 종교시설에서 연 행사에서 강연을 한 이석기 의원 등 참석자들의 발언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녹취록 존재 여부도 확인하기를 거부했지만, 녹취록 내용과 형식 등으로 미뤄 몇 가지 추론이 가능하다.


일단 행사에 참석한 사람으로부터 녹음·녹화기록을 국정원이 건네받았을 가능성이 꼽힌다. 녹취록에는 음성파일 ‘MP3’와 음성·영상 파일인 ‘MP4’에서 녹취했다고 적시된 것으로 알려져, 국정원이 동영상도 확보했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국정원이 영상까지 확보했다면 모임에 참석한 ‘국정원 협력자’가 녹음하고 촬영한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 3조에는 공개되지 않는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할 경우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협력자의 비밀 녹취 등이 드러날 경우 녹취록의 증거 효력을 두고 법적 논란도 예상된다.


법원에서 발부받은 ‘감청영장’을 근거로 국정원이 직접 감청했을 수 있다. 국정원은 국가보안법 사건을 수사할 때 감청영장을 발부받아 수사 대상자들의 유·무선전화 통화나 전자우편 등을 감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원지법 관계자는 30일 “국정원이 감청영장을 신청해 법원이 발부해준 것은 2011년부터는 확실하다. 국정원은 감청영장을 여러 차례 새로 신청하거나 연장했고, 올해에도 감청영장을 신청해 허가해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홍순석(50) 진보당 경기도당 부위원장 등 3명의 체포영장을 보면, 국정원은 2008년부터 지난 5월까지 진보당 관계자들을 밀착 감시해온 것으로 보인다.



내란음모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30일 저녁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국정원이 내란음모혐의의 증거로 공개한 아르오모임 녹취록에 기록된 자신의 발언을 부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통신비밀보호법은 7조에서 국가안보 사건은 정보기관의 장이 4개월간 감청을, 6조에서 내란죄 등 형법상 범죄는 2개월간 감청 등의 통신 제한을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국가안보 사건의 감청영장은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형법상 범죄는 지방법원 영장전담 판사가 발부한다. 수원지법 관계자는 “영장전담 판사가 감청영장을 허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따라서 국정원은 애초부터 ‘내란’이나 ‘내란음모’ 혐의를 염두에 두고 감청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국정원이 감청영장을 받은 뒤 감청시설을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의 능력이라면 전화 통화만 감청하는 것은 아니다. 별도의 감청시설을 설치해서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횟수·기간 제한이 없는 무제한적 감청에 대해 2010년 헌법재판소가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지만, 아직 법령이 개정되지 않아 국정원의 감청 연장을 불법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합진보당은 ‘녹취록이 조작된 것이고, 논란이 된 5월12일 모임도 지하혁명조직이라는 ‘RO’ 산악회의 비밀회합이 아니라 진보당 경기도당 행사’라고 주장했다. 홍성규 진보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녹취록은 일부 참가자들의 발언의 취지가 날조 수준으로 심각하게 왜곡됐다. (5월12일 행사는)김홍렬 경기도당 위원장이 소집한 당원 모임이고, 이석기 의원을 강사로 초빙해 정세 강연을 듣는 자리였다”며 국정원에 녹취록 입수 경위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번 녹취록 언론 보도와 관련해 사정당국의 다른 관계자는 “국정원이 탄탄히 준비해온 거라 봐야 한다”고 한 반면, 또다른 관계자는 “국정원이 녹취록을 언론에 흘리는 것은 자신감이 없다는 반증이 아닌가 한다”고 엇갈린 해석을 내놨다.


수원/홍용덕 김효실 기자, 김원철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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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엔 “100% 소설·모략” 오후엔 “모임은 열렸었다”
등록 : 2013.08.30 19:44수정 : 2013.08.31 07:41
 
내란음모 및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오병윤 의원실에서 나와 맞은편 자신의 사무실로 이동하고 있다. 2013.8.30/뉴스1

진보당, 오락가락 해명

“모임은 없었다” 주장 뒤
한나절 만에 녹취록 나오자
“발언 취지가 왜곡된 것”


혐의 벗을 구체적 반박 없고
자체적 진상조사도 안해
“정당으로서 진실 밝힐 의무””



통합진보당이 28일 국정원의 압수수색과 일부 당사자 체포, 30일 이석기 의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와 ‘이석기 녹취록’ 공개에 이르기까지 연이어 터져나오는 의혹에 덮어놓고 부인으로 일관해 의혹을 키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통합진보당과 이 의원은 애초 5월 모임과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100% 날조” “소설” “모략”이라고 주장하다가, 녹취록이 공개되자 그제야 모임이 열렸고 이 의원이 강연을 한 것도 맞지만 발언 취지가 왜곡됐다며 한발짝 물러나는 식으로 대응해 국민적 의혹을 해명해야 할 공당의 책무를 저버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의원은 자신의 집무실이 압수수색을 당한 28일 온종일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29일 나타나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싸잡아 “날조” “소설” “모략”이라고 주장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무엇이 어떻게 날조이고 소설이라는 것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압수수색 당일 잠적한 이 의원을 대신해 해명에 나선 홍성규 당 대변인은 “국정원이 내건 거대한 거짓말에 해명하거나 의미를 해설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언론에 나오는 총기, 유류 등 모든 것이 내란(음모)을 구성하는 거짓말인데 모든 것에 하나하나 대응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녹취록이 공개된 30일,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재연 의원은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국정원이 내란음모를 꾸몄다고 의심하고 있는 ‘5월 모임’에 대해 “모임은 없었다”고 단언했다. 또 “지금까지 언론에 나왔던 국정원발 소식들에 국민들도 황당하게 여기셨을 것 같다. 유류시설, 통신시설, 총기 등 입에 담기 어려운 내용들이 우리 당 관계자들로부터 나왔다는 것은 전부 소설”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의원의 ‘해명’은 한나절을 버티지 못했다. 녹취록에 발언 당사자로 등장하는 김홍렬 경기도당 위원장, 김근래 부위원장이 해명 기자회견을 열어 모임이 열렸다고 시인한 것이다. 특히 김 부위원장은 “개별 공지를 해서, 경기 당원들이 모이기 좋은 서울에서 한 것”이라고 모임 개최 사실을 인정한 뒤 “행사와 (이 의원의) 강연 취지, 토론 취지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했다.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는지 저녁 무렵 이 의원이 직접 나섰다. 이번 사태가 터진 뒤 열린 첫 기자회견에서 이 의원은 “(5월) 모임에 가서 강연만 하고 나왔다”며 모임 참석과 강연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녹취록의 내용을 두고는 “날조와 모략이다. 전쟁에 대비해 평화를 준비하자고 한 취지를 왜곡한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28일 대변인을 통해 내놓았던 해명에서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이 의원과 통합진보당의 이런 대응에 대해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이 의원 개인만 봤을 때는 법적으로 불리한 증언을 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할 수도 있지만, 통합진보당은 공식적으로 의원을 배출한 정당이고, 더군다나 이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사건에 대한 진실을 유권자에게 밝힐 의무가 있다”며 “상황이 어떻든 사실에 부합하게 유권자를 설득할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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